[천자 칼럼] 베네수엘라와 엘살바도르의 비극

입력 2021-07-04 17:21   수정 2021-08-23 09:49

중남미 국가 베네수엘라와 엘살바도르의 경제 파탄 뉴스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 이탈리아어로 ‘작은 베네치아’(베네수엘라), 스페인어로 ‘구세주의 공화국’(엘살바도르)을 뜻하는 두 나라가 어쩌다 이 지경이 됐을까.

베네수엘라는 석유 매장량 세계 1위 자원부국이지만, 국민은 최악의 경제난에 시달리고 있다. 1999년 집권한 차베스 전 대통령부터 마두로 현 대통령까지 22년간 좌파정권이 집권하면서 초(超)인플레이션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이들은 무상 토지 분배 등 과도한 포퓰리즘 정책으로 국가 재정이 바닥나자 화폐를 무한정 찍어냈다.

그 결과 살인적인 인플레이션이 온 나라를 덮쳤다. 2015년 200%에 달한 물가 상승률이 2018년엔 170만%로 치솟았다. 치즈 한 덩이를 사기 위해 돈을 수레로 싣고 가야 했다. 세 차례의 리디노미네이션(화폐 단위 변경)으로 화폐 가치는 2008년 1000 대 1, 2018년 10만 대 1 비율로 떨어졌다. 올 3월엔 최고권액인 100만볼리바르까지 발행했지만 현재 가치는 미화 30센트에 불과하다. 급기야 화폐 단위에서 ‘0’을 여섯 개나 빼는 100만 대 1 화폐 개혁에 나섰다. 그 사이에 국민 2800여만 명 중 600여만 명이 배고픔을 견디지 못해 탈출했다.

엘살바도르도 국민의 70%가 은행 계좌조차 없을 정도로 가난하다. 변변한 산업시설이 없는 데다 생산성까지 낮아 국내총생산(GDP)의 20%를 해외 교민 송금에 의존할 정도다. 극심한 재정난에도 ‘퍼주기’로 일관한 정부는 인플레이션을 견디지 못해 자국 화폐를 포기하고 미국 달러를 법정화폐로 대체했다.

그래도 상황이 나아지지 않자 최근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채택했다. 하지만 세계은행은 관련 기술 지원을 거부했다. 국민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정책의 실험 대상으로 전락했다. 전문가들은 “이 모든 게 경제 살리기와 성장 대신 이념적 편가르기와 분배에만 치중한 탓”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엘살바도르의 전 상공회의소장도 “포퓰리즘 정권은 분노와 복지·돈으로 대중을 자극하고, 재정이 바닥나면 자본주의나 외세를 탓하며 통계·여론을 조작한다”고 꼬집었다. “이 나라에 구세주는 없고 가난과 범죄만 난무한다”는 탄식까지 나오고 있다. 그러고 보니 ‘작은 베네치아’에도 경제적 번영은 없고 식량난에 허덕이다 국경을 넘는 난민만 줄을 잇고 있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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